Today I Lived/Codebrick - 2022

[TIL] 2022.08.31 - 안녕 코드브릭

장 상 현 2022. 8. 31.

생일이다

그리고

회사가 사라졌다

 



소식을 접한 건 며칠 전이다

회사의 그 누구도 상상조차 못 했다

모기업의 사업 중단 통보 메일 하나로

자회사의 200명 가까이 되는 전 직원이 해고됐다

영화나 드라마에서도 허구라고 욕먹을 내용일 텐데

현실이다

새벽까지만 해도 며칠 간의 삽질 과정과 결과들을 뿌듯하게 정리하여

아침에 보여 드릴 생각에 설레며 잠들었는데

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사라졌다

 



난 우리 회사가 너무 좋았다

이 회사를 우리 회사라고 부를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

회사가 좋은 만큼 기여하고 싶었고

개발이 좋아 최고가 되고 싶었다

주니어 팀 채널을 만들어 서로 마음껏 공유하며 같이 성장하려 했고

스터디에 참여해서 하나라도 더 배우려 노력했고

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려 늘 고민했다

왜 이렇게까지 좋았을까?

시니어 님들이 만들고 계신 회사의 문화가 참 좋았다

그 문화를 만들어 가는 건 나 자신이라는 말씀이 너무 좋았다

당연하게도 그 문화는 사람에게서 나온다

 



코드브릭을 알게 되고, 가고 싶다고 염원하게 된 계기가 되어 주신

CTO 이시면서도 주니어들이 뭘 하는지 항상 관심 갖고 직접 리뷰도 해 주시고

개발자 커리어 초반에 해야 할 일들, 공부법, 개념들을

하나라도 더 알려 주려 여유가 되실 때마다 몇 시간씩 강의를 해 주셨고

당장의 일만큼 미래의 커리어도 생각하며 원하는 것을 찾으라 조언해 주시며

아니다 싶으면 바로 나에게 직접 말하면 된다 라는 말씀을 해 주시는

거대한 우산이자 든든한 정신적 지주이신

세훈 님


대단한 게 분명한데 동네 형 같다고 할 만큼 권위주의나 허례허식이 없으시기에

이런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근본이자 대표이신

경민 님


입사 직후부터 근무하는 10개월 간 매주 1:1 멘토링을 해 주시며

앞서 걸은 개발자 인생의 노하우를 원 없이 전수하신

에스더 님


입사 이후 아무것도 모를 때 당장 실무를 해야 하는 막막함 속에서

되지도 않는 질문조차 어떻게 질문해야 하는지 알려 주고 주말도 개의치 않고 답 해 주시며

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 주시기에 마음 깊이 의지할 수 있었던

남훈 님


바로 옆 자리에서 안 되겠다 싶으면 늘 붙잡고 시도 때도 없이 괴롭혔음에도

단 한 번도 내색 않고 항상 웃으며 뭐든지 다 알려주신

요한 님


처음으로 페이지를 통으로 하나 만들게 되었을 때

일주일 내내 정말 코드 한 줄 한 줄 섬세하게 리뷰 해 주시며

리팩터링을 여섯 번이나 거쳐서 프런트 실력을 급상승시킬 수 있게 도와주신

성곤 님


모두가 퇴근하신 늦은 시간, 찾아뵙기에도 죄송하지만 그래도 부를 수 있었던

그리고 이 분은 당연히 아실 거야 라는 믿음을 갖고 대뜸 찾아뵈면 늘 답을 주셨던

승진 님


내가 알고 싶었던 모든 것들을 미리 구현해 두시고 아낌없이 퍼 주셨던

알렉스 님


왜인지 모를 만큼 편해서 이거 되게 어이없는 실수라 부끄러울게 뻔 한 질문인데?

라는 삽질을 가감 없이 보여드릴 수 있었던, 근데 전혀 다른 삽질마저 바로 잡아 주시던

기현 님

 

 

프런트에 아무 감도 없을 때 대뜸 찾아가서 질문했는데

 

사실 저도 프런트 별로 안 좋아합니다만...이라 하시며 순식간에 다 해결해 주던

 

지완 님


늘 서로 격려하고, 함께 고민하며 즐거웠던

뭐가 안 된다고 하소연하면 주말도 개의치 않고 함께 끙끙대던

동기 선용 님, 승규 님, 에리카 님, 선아 님, 용빈 님


직접적인 접점이 없어도

이 분들이 계시기에 마음 편히 개발만 할 수 있게 해 주신

PO 님들, 인사팀 분들, 재무팀 분들


그리고

해결 방법을 찾아 풀어냈다고 끝이 아닌

문제에 대한 정의와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며

그렇기에 어떻게 하는가도 중요하지만 왜가 더 중요하고

무엇을, 왜, 어떻게에 대한 것들을 스스로 생각하는 방법을 알려주시기 위해

일의 완성이라는 목표를 향하되, 완성이 목적이 아닌 배움이 목적이 될 수 있도록

커리큘럼까지 구상하여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신

내 인생에서 만난 최고의 스승님

케이 님

정말 감사합니다

 



매일 자진해서 야근을 하고 있다는 자각조차 안 할 만큼 즐겁게 일했고

주말은 당연히 더 알고 싶었던 것들을 공부하는 시간이라 생각할 만큼

푹 빠져 지낸 열 달이다

이제야 조금이나마 알 것 같기에 시작이고

눈앞에 보이는 길만도 한참이며

보이지 않는 곳은 까마득한데

마무리가 너무 속상하다

아직 알려줄게 많다고 하셨는데

배우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

착잡하다

그래도

좋아하는 개발을 직업으로 갖고 이 환경에서 일할 수 있어서

진심으로 행복했다

 
 
 
 
 
 
 
 
 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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